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2 - 정 대리, 권 사원 편
- 송희구, 2021
1.
최 부장은 화이트보드에 '두려움'과 '실패' 두 단어를 쓴다.
두려움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입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걱정하면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하세요. 맞다고 판단한다면 밀어붙이시고요. 실패할까 두려워서 주저앉지 말고 진취적으로 해보라는 얘깁니다. 이것이 우리 팀의 기본 마인드입니다.
2.
이제야 조금 알겠다. 연애를 할 때는 사랑의 결실이 결혼인 것 같지만, 실제로 그 결혼은 사랑에 현실이 더해진 시작점이다. 마치 취업준비생들한테는 취업이 모든 게 끝인 것 같지만, 혹독하면서 허무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3.
어둑어둑한 해변가를 걷다가 모래성을 만든다. 파도에 무너지지 않게 수로도 판다. 파도가 몇 번 왔다 갔다 하니 금세 없어진다. 아무도 내가 여기에 모래성을 만든지 모른다. 나만 안다. 잠시 시간이 지나면 나조차도 어디에 모래성을 만들었는지 모른다. 뭐든지 쌓는 것은 오래 걸리지만 무너뜨리는 것은 쉽다. 마음의 성도 비슷하다.
4.
그런데 전부터 알던 친구들이 잘나가는 모습을 보면 가끔 자괴감이 든다. 나는 그대로인데 친구들은 앞서가는 듯 보이니 나는 상대적으로 불행해 보인다. 그들의 행복은 곧 나의 불행이다.
그들은 저렇게 행복해 보이는데 나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
그들은 저렇게 친구들이 많은데 나는 왜 친구가 없을까.
그들은 저렇게 몸매가 좋은데 나는 왜 축 쳐진 살들뿐일까.
그들은 저렇게 다 성공했는데 나는 왜 그저 뚜벅이 회사원일까.
그저 상대적일 뿐인데 기분이 좋지않다.
이런 감정이 어느 때부터인가 힘들어져 권 사원은 SNS 보는 것을 접었다.
5.
"가장 예쁜 인테리어가 뭔 줄 알아?"
"아무것도 없는 거야. 아무리 고급 자재로 인테리어 해봤자 물건들이 가득 들어 있으면 그 인테리어가 보일까? 가려서 아무것도 안 보이지."
"내 말은, 행복을 물건이나 물질적인 것으로 채우는 데에서 찾지 말라는 거야. 그런 건 아무리 채워봐야 계속 부족해."
6.
어느 순간 내 인생도 지하철 노선처럼 정해진 길로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해진 역에서 정차하고, 정해진 종점에서 운행을 중지한다.
7.
대학원 졸업 후를 상상해보면 재취업 시장이 눈앞에 그려진다. 또 다시 부품이 된다 할지라도 원하는 것을 해보는 것과 안 해보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인생의 가치관이자 신념, 그리고 자기 만족에 관한 것이다.
8.
다 가지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나처럼 부족한 놈이나 힘든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닌가. 하아, 잘 모르겠다.
9.
남들보다 행복하지 못해 행복하지 않다.
나의 행복을 보여주지 못해 행복하지 않다.
나의 행복을 아무도 알아주지 못해 행복하지 않다.
행복이 뭐지? 행복은 어디에 있는 거지?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2: 정 대리 권 사원 편 -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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